[이슈워치] 현대차그룹 20년 만에 총수 교체…정의선 체제 개막
[앵커]
국내 2위 재벌인 현대차그룹이 오늘 '정의선 체제'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 선임되면서 현대차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 막을 올렸는데요.
경제부의 이재동 기자와 함께 오늘 이슈워치에서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현대차그룹의 총수 교체, 20년만입니다.
물론 정 신임 회장이 2년 전부터 사실상 그룹 전반을 진두지휘해 왔지만,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는 사실만으로 상징하는 의미가 크잖아요?
[기자]
물론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우리 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이번 총수교체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사실 정 신임회장에게 현대차그룹 지휘봉을 넘기는 과정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이 돼 왔습니다.
정 신임 회장이 2018년 9월 현대차 부회장에서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그룹을 이끌어 왔거든요.
다만 어디까지나 그룹의 총수는 정몽구 회장이었는데, 정몽구 회장이 지난 7월 대장게실염 등으로 입원한 뒤 석 달 째 병원에서 치료 중이거든요.
물론 병세는 어느 정도 회복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고령인 데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그룹의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가 있었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 회장 교체는 이제 현대차가 정몽구 회장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리고 이렇게 그룹 총수가 된 정의선 신임 회장. 별도의 취임식은 없었지만, 대신 오전에 임직원들에게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했다고요?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기자]
네. 임직원에게 전하는 메시지인 동시에 앞으로 현대차그룹을 이끌어갈 경영 철학과 지향점을 밝힌 자리였습니다.
약 6분 정도의 메시지인데 짧지만, 꽤 다양한 얘기들이 있었는데요.
모든 활동이 고객이 중심이 돼야 한다, 친환경 이동수단을 구현하겠다,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적 책임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등이었는데요.
제가 이 중에 핵심 메시지를 한 번 뽑아봤는데 들어보시죠.
"인류의 자유로운 이동과 풍요로운 삶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해 고객에게 새로운 이동 경험을 실현시키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새로운 이동 경험을 실현시키겠다, 즉 앞으로 미래차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요.
그동안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 트럭 등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왔는데,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 업체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첨단 모빌리티 솔루션이라니까 뭔가 혁신적인 용어인 것 같기는 한데 용어가 어려워서 그런지 바로 와 닿지는 않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네. 사진 하나 보면서 설명을 드릴까요? 현대차가 지난달에 공개한 사진인데요.
차량 실내 같기는 한데 저희가 흔히 보던 차량 내부와는 좀 다른 모습이죠?
우리가 가까운 미래에 만들 차는 이런 것이다 하고 현대차가 미리 제시를 한 건데요.
보시게 되면 이렇게 커피머신도 있고요, 신발·의류 관리기 등이 탑재가 됐습니다.
자동차라기보단 사실상 움직이는 사무실, 휴식 공간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조만간 자율주행기능 등이 상용화가 되면 이제 자동차라는 것이요, 개인 맞춤형 공간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사실 이런 부분에서 가장 앞서있는 곳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인데, 현대차도 앞으로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의 분야에 과감히 투자해서 미래차 시장 확실하게 선점하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습니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가 어떤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다워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요.
현대차의 앞으로의 변화, 한 번 지켜보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의선 신임 회장에 앞에 놓인 과제들이 사실 만만치가 않습니다.
물론 그동안 좋은 경영 평가들을 받아왔지만 코로나19란 위기 상황에서 앞으로는 더 새로운 리더십과 능력을 보여줘야 할 텐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이번에도 사진 먼저 보시면요. 까맣게 타서 뼈대만 남은 자동차인데요.
지난 4일에 대구 달성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난 불인데요, 현대차의 전기차인 코나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해요.
정확한 화재 원인이 아직 나오지는 않았는데 일단 현대차는 해당 차량을 모두 리콜하기로 했습니다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현대차는 내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신형 전기차를 선보이며 전기차 판매를 더 늘릴 계획인데 이 같은 악재를 우선 해결해야 할 테고요.
여기에 코로나19로 반 토막 난 영업이익 회복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시장 실적 개선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앵커]
정 신임 회장의 입장에서는 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도 숙제일 텐데 이 부분은 어떨까요.
[기자]
정 회장이 총수 자리에 오르긴 했지만, 현대차그룹 지분이 사실 좀 취약한 편입니다.
현대차 2.35%, 기아차 1.74%, 현대글로비스 23.29% 등인데, 그룹 내에서 계열사끼리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해왔습니다.
그런데 소수의 지분으로 경영을 하는 비정상적 지배구조를 바꾸자는 얘기들이 계속 있어왔거든요.
현대차그룹도 필요성을 공감하고 2년 전 지배 구조를 단순화하고, 기존 순환 출자 고리를 모두 끊겠다고 했었는데 당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좌초된 바 있습니다.
당시 현대차 그룹은 주주들이나 시장과 더 소통하겠다고 했는데, 무산됐던 지배구조 개편의 재추진은 2년 동안 얼마만큼의 보완과 개선이 이뤄졌는지에 달려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에 오르면서 이제 4대 그룹은 모두 40·50대 '젊은 총수' 진용을 갖추게 됐습니다.
이들은 종종 만나 재계 현안을 논의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각 기업의 사업 구상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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